《AI, 헌법을 만나다》 이승민 저자 후기
이윤호 | 2026-06-30 | 조회 40
1. 《AI, 헌법을 만나다》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먼저 이 책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한 권의 책이 저자 한 사람의 힘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작업을 통해 새삼 절감하였습니다.
우선 AI라는 거대한 기술의 물결 앞에서 막연한 불안과 호기심을 동시에 느끼고 계실 우리 이웃들에게, 그 기술이 우리의 자유와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헌법이라는 렌즈로 차분히 들여다볼 기회를 드릴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그동안 AI를 다룬 책들은 대부분 기술의 원리를 설명하거나 경제적 파급력을 분석하는 데 집중되어 있었습니다. 정작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존엄과 권리가 이 흐름 속에서 어떤 영향을 받고 있는지를 풀어낸 책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자리에 작은 디딤돌 하나를 보탤 수 있게 되어 저자로서 뜻 깊게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헌법이라는 텍스트의 경이로운 생명력에 대한 저의 새삼스러운 감동입니다. 현행 대한민국 헌법은 1987년에 전부개정되어 1988년 2월 25일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인터넷도, 스마트폰도, 생성형 AI도 없던 시절에 쓰인 조문들입니다. 그런데 집필 과정에서 거듭 확인하게 된 것은, 그 오래된 문장들이 오늘날 우리가 마주하는 가장 첨단의 문제들을 놀랍도록 정확하게 품어 안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딥페이크로 고통받는 분들의 인격을 지켜주는 제10조의 인간 존엄, 알고리즘 편향에 맞서는 제11조의 평등권, 데이터 감시 시대에 우리의 내면을 보호해 주는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이 그렇습니다. 이 책을 쓰면서 저는 헌법학자가 아니라 한 명의 독자가 된 기분으로 우리 헌법을 다시 읽었고, 그 깊이 앞에서 여러 번 마음이 뜨거워졌습니다. 그 감동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눌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이 책을 쓰면서 얻은 귀한 보람이었습니다.
세 번째로는 공직자이자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느끼는 책임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정부에서 정보통신 분야의 행정을 다루어 왔고, 동시에 헌법학을 공부해 왔습니다. 두 영역의 경계선에서 일하다 보니, 기술의 속도와 법의 호흡 사이에 놓인 간극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기술은 매일 새로워지는데, 그 기술을 만나는 시민의 권리 의식은 충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이 그 간극을 조금이나마 좁히는 데 도움이 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의 저자가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영광이라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솔직한 마음도 덧붙이고 싶습니다. 이 책은 결코 완성된 답을 제시하는 책이 아닙니다. AI 시대의 헌법적 과제는 저 한 사람이 풀어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앞으로 수많은 학자와 시민, 입법자와 사법부가 함께 오랜 시간을 들여 다듬어 가야 할 거대한 숙제입니다. 다만 이 책이 그 길고 진지한 대화의 출발점에서 작은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면, 그리고 이 책을 덮은 독자께서 “내가 매일 마주치는 이 알고리즘 앞에서 나의 권리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 번이라도 떠올려 주신다면, 저자로서 더 바랄 것이 없겠습니다.
2. 《AI, 헌법을 만나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이 책은 어느 한 순간의 결심이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마음속에 쌓여 온 세 갈래의 문제의식이 한 권의 책으로 모아진 결과입니다.
첫 번째는 흩어진 사건들을 하나로 잇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언론을 통해 거의 매일 AI 관련 사건들을 접하게 됩니다. 평범한 학생이 딥페이크 합성물로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고, 글로벌 기업의 채용 알고리즘이 여성 지원자를 체계적으로 걸러냈으며, 미국의 한 형사재판에서는 알고리즘의 위험도 평가에 따라 한 사람의 형량이 결정되었다는 보도가 잇따랐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들은 각기 다른 영역에서 따로따로 보도되었습니다. 어떤 것은 성범죄 기사로, 어떤 것은 노동 기사로, 어떤 것은 기술 기사로 흩어져 있었습니다. 그 파편들을 모아 보면 분명히 하나의 큰 그림이 그려지는데, 그것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책은 의외로 많지 않았습니다. 흩어진 점들을 헌법이라는 선으로 잇고 싶다는 생각이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두 번째는 기술 현장과 법학 이론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정부에서 방송 및 정보통신과 관련된 정책과 행정을 다루어 왔고, 그와 함께 헌법학을 공부해 왔습니다. 한쪽에서는 기술 정책의 현장을, 다른 한쪽에서는 기본권 이론의 깊이를 들여다보다 보니, 두 세계 사이에 놓인 간격이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헌법은 시대를 관통하는 근본 원리를 담고 있어 어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해도 그 정신을 적용할 수 있는 풍부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만 그 추상적인 원리가 구체적인 기술 현장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통역의 작업이 그동안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습니다. 기술 현장에서는 헌법의 원리가 자신들의 일에 어떻게 닿아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양쪽을 모두 경험한 사람으로서 그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업을 누군가는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 첫 삽을 직접 뜨고 싶었습니다.
세 번째는 헌법이라는 텍스트의 살아 있음을 독자들과 함께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이었습니다. 우리 헌법은 1987년에 전부개정된 이후 약 4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글자도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인터넷이 등장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생성형 AI가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 오래된 헌법은 새로운 시대를 감당할 수 없는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헌법재판소는 명문 규정에 없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10조와 제17조의 해석을 통해 도출해 냈고, 평등권과 환경권의 의미도 시대의 요청에 맞게 거듭 풍성해져 왔습니다. 헌법은 박물관에 전시된 유물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 읽히는 살아 있는 텍스트입니다. 그 살아 있음을 AI 시대의 구체적인 사례들 속에서 일반 독자께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흩어진 사건을 헌법으로 잇고 싶다는 마음, 기술과 법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는 마음, 그리고 헌법의 살아 있음을 함께 확인하고 싶다는 마음. 이 세 가지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비로소 한 권의 책이 되었습니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4332053287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