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계승 없는 인도에서 실패를 복기하다》 문정수 저자 인터뷰
문정수 | 2020-04-17 | 조회 928
1. 《불계승 없는 인도에서 실패를 복기하다》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책을 쓰겠다는 거창한 목표보다는 그저 지난 일들과 생각에 대한 것들을 기록해 보고자 시작을 했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기왕에 기록을 남기려고 하면 책을 내보라고 하셨습니다. 이 십여 년의 월급쟁이 생활만 하던 아들이 책을 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으셨겠지만, 어머니들은 늘 자식에 대한 믿음이 있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이제 정작 책이 출간이 되었으나 어머니는 뇌졸중으로 쓰러지셔서 출간이 된 것조차 알지 못하니 조금 더 서둘렀어야 했나 하는 후회도 듭니다. 그렇지만 모든 일이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 것이니 어쩔 수 없겠습니다. 바른북스의 대표님과 모든 구성원들 덕분에 출간을 할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2. 《불계승 없는 인도에서 실패를 복기하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프롤로그에도 적어 놓았지만, 지인의 장례식을 다녀오던 길에 지금까지 회사 생활을 해 오면서 해 온 수많은 말들이 얼마나 의미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을 떠난 말은 많은 경우에 의미 없이 사라지기도 하고 자신이 한 말조차 기억이 나지 않기도 합니다. 글로 무엇인가 남겨 놓는다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또한, 지금까지 인도에서의 여행이나 비즈니스에 대해 적어 놓은 국내외의 여러 책을 읽어 보았지만 제가 느낀 인도와는 달리 때로는 비현실적으로 긍정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인도 또한 글로벌 시대를 함께 지나고 있는 이웃일 뿐인데, 유독 인도와 인도인에 대한 고정 관념은 강하고 다양해 보였습니다.
물론 인도에 대한 저의 시각이 유일하게 옳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인도인들 역시 우리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는 것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비즈니스맨으로서 실패를 한 경험을 솔직히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에 생각이 미쳤습니다. 현재 글로벌 인구 변화 추세를 생각해 볼 때 저의 두 딸들과 그 이후 세대들은 어쩌면 인도인, 그리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인도 문화권 사람들과 가장 많은 교류를 해야 할 시대를 맞이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는 것 같습니다. 저의 인도에서의 실패 경험과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인도에서의 생활 경험이 조금이라도 인도인들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다면 그들과의 교류에 작은 힌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비즈니스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오래전의 사건들과 사실들에 대한 기록이 간단치 않았습니다. 사람의 기억에는 한계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왜곡도 됩니다. 지금은 더더욱 그러하지만, 예전에도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고 해도 혼자서 사업을 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지난 일들이지만 당시에 함께 했던 후배와 동료들의 기억과 생각을 끄집어낼 필요가 있었습니다. 가능하면 많은 선후배들을 만났고, 제가 현지 법인장 시절에 출장을 왔던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와 생각도 들어 보았습니다. 대부분 지난 일들은 즐겁게 기억이 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인도에 대한 기억은 꼭 그렇지만도 않았습니다. 소주 한 잔을 기울이며 지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때로는 즐거웠고 때로는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다만, 비즈니스와 관련된 내용들은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기록하고자 했고 나름대로 지금의 결과물에 만족합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송 캐처> 사업은 이상주의자의 시각에서 시작이 되었지만, 현실주의자의 시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도 <송 캐처> 사업은 그 자체로도 성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인도에 주재원으로 파견되었을 때 회사 소개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송 캐처> 서비스를 한 회사야.’ 이 한 마디면 쉽게 우리를 이해했습니다.
11화의 내용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이유는 이 사업은 실패와 성공이 동시에 일어났던 것이기도 하고, 저와 경영진, 직장 후배, 인도인과 한국인의 정서 차이가 상당히 복합적으로 작용이 된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1화에 삽입되어 있는 델리의 찬드니 초크 시장 사진을 찍은 것이 2007년인데, <송 캐처> 사업은 여간해서는 출구가 보이지 않는 찬드니 초크와 같던 인도 사업에서 출구와 막다른 길을 엇갈리며 보여 준 사례이지만 스스로 변화하면 희망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어떤 이유로든 마음이 허전하거나 불안할 때 글은 잘 써지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는 노트북과 간단한 짐을 챙겨 여행을 갔습니다. 목포 유달산의 이난영 노래비 앞에서 끝없이 흘러나오는 <목포의 눈물>을 듣기도 했고, 시골의 작은 사진관에서 독사진을 찍어 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오대산의 사찰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인도에서 오신 스님과 대화도 나누고 새로운 경험을 해 보고자 했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 주세요.
한국과 인도의 문화 차이가 비즈니스에 어떻게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인도 비즈니스와 관련하여 대한민국의 특정 세대에 속한 제가 가지고 있는 정신 문화적 편향성이 변화하는 환경의 다양성과 충돌로 인해 실패를 하게 된 과정을 추적해 보는 것이 책의 주된 내용입니다. 한편, 현재 글로벌 시대에서 요구되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 그 자체가 하나의 글로벌 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에 책에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은 인도뿐만 아니라 세계 여러 시장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우리가 역사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근간으로 설명을 하게 되지만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들 각자의 정체성과 철학, 정치관, 지식수준, 그리고 사회 미학적 편향성에 영향을 받기 마련입니다. 따라서, 누가 역사를 기록하고 가르치는가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록을 읽고 익히는 사람들 스스로의 생각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마찬가지로 책의 내용은 제가 경험한 것을 기초로 한 것이며 언급되는 모든 사건과 이슈들 자체는 사실이지만 그 사실들이 엮여서 스토리가 되는 과정에는 저의 생각과 해석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과 해석이 유일한 진리라고 할 수는 없으며 저와 다른 생각과 해석을 할 수 있는 것 또한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 역시 스스로 다양한 생각과 해석을 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