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기》 김이재 저자 후기
김이재 | 2023-06-12 | 조회 757
1. 《지금 일기》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지금 일기》는 제 교직생활에 있었던 크고 작은 사건들이나, 학생들에게 주었던 사랑 또는 학생들에게 제가 받은 사랑을 녹여 만든 책입니다. 그 기록들이 세상에 나오는 것이 떨리고 감격스러우면서도, 지나온 시간에 대해 애틋하고 그리운 마음이 듭니다. 매일 조금씩 적었던 일기, 반성문, 편지들이 《지금 일기》의 대부분의 소재이니만큼 마냥 행복한 내용만을 적을 수는 없었습니다. 학교에 있는 동안 아이들은 자주 아팠고 고단했으니까요. 그런 변화의 소용돌이에 함께하는 것이 제게는 축복 같으면서도 때로는 벼락같이 아픈 일이었습니다. 완성된 원고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읽고, 또 수정하면서 아이들과의 희로애락은 점점 더 제 것처럼 진해지고, 그제야 저는 비로소 아이들을 온전히 마음에 새길 수 있었습니다. 저는 비록 교단으로부터 멀어졌지만, 《지금 일기》에 담긴 마음을 곱씹으며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추억하게 되겠지요. 이 모든 문장 안에 새겨진 아이들에게 무한한 감사와 사랑을 보냅니다.
2. 《지금 일기》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아이들과 함께 살았던 5년이라는 시간이 누군가에게는 찰나 같을지 모르겠으나, 제게는 제 생에 가장 농밀한 사랑을 품었던 긴 여정이었습니다. 5년간 아이들은 늘 한 아름의 이야기보따리를 안고 제 곁을 맴돌았습니다. 그 안에는 무겁고 거친 상처가 들어있기도 하고, 따뜻한 우정이나 몽글한 사랑의 이야기가 들어있기도 합니다. 때로는 눈물을, 고단함을, 불안함을 들고 오기도 하지요. 그런 아이들의 옆에 앉아 그 마음을 나눠 들어주는 것은 제 교직생활의 가장 큰 기쁨이었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에 저는 언제나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어요. 저는 그런 행복을 매일 선물하는 아이들이 제게 기대어 준 마음 한 톨까지도 고이 간직하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적기 시작했어요. 아이들과의 모든 걸음을, 대화를, 사랑을 말입니다.
저는 교직을 떠나 새로운 꿈을 위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이 공부는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아이들에 의한 것이었어요. 목숨처럼 사랑했던 아이들이 훗날 어른이 되어 고단한 하루를 보냈을 어느 날에도, 여전히 너희를 위한 사랑이 여기 살아 숨 쉬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 갈 준비를 해야 했습니다. 누군가는 무모하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걱정을 보냈던 꿈에도, 우리 아이들만큼은 눈물과 진심으로 제 마지막을 응원해 주었어요. 그 사랑에 대한 보답을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숱한 밤, 잠들지 못한 문장을 묶어 《지금 일기》를 만들었습니다. 끝내 사랑이 되기를 바랐던 우리의 매일이 여러분들께 잔잔한 쉴 곳이 되어주기를 바랍니다.
3.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나와 삶을 맞댄 순백의 영혼들이
끝내 짓이겨진 목련처럼 스러지지 않도록 제 때 손을 뻗어주기를.
지나온 길을 후회하는 이의 최후에 외로움만은 없게 하기를.
그러니 꼭 그의 한 걸음 뒤에서 걷는 것을 내 오랜 사명이라 여기기를.
《지금 일기》 中 <오늘의 기도>
교직에서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 저는 늘 고단함과 싸워야 했습니다. 교단에 있는 동안 끝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되새겨야 했지요. 나는 사랑의 주체라는 것을, 이 사랑이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를,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내가 준비했던 것들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를 말입니다. 그 고민에 대한 문장은 결국 끝나지 않았지만, 끝내 제 삶 전체에 굳건하고 묵직한 흔적을 남겼습니다. ‘오늘의 기도’는 제 세상을 만들어준 그 흔적에게 보내는 가냘프고 굳건한 약속입니다.
4.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지금 일기》 안에 적힌 것들은 학생들과의 매일입니다만, 이 기록들이 비단 학생들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사랑이 사랑으로서 환대 받지 못하고, 낭만을 그저 낭만이라 읽을 수 없는 메마른 세상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모든 우리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메시지입니다. 불현듯 침범하는 불안함으로 숱한 밤을 돌아 방황하는 우리들, 세상은 너무 빠르고 단단하게 내 목을 조여오는데, 어쩐지 나만 제자리걸음을 하는 것 같아 울부짖었던 지난날의 우리들 말입니다. 그 모든 순간의 우리들이 넘어질지언정 무너지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우리는 세상이 고단할수록 황폐한 일상의 가장자리에 가장 소중한 마음들을 유기하지요. 그곳에서 주운 마음을 깨끗하게 씻고 곱게 포장하여 당신께 돌려주고 싶었습니다. 당신의 빛남을, 고결함을, 아름다움을 대신 읽어 줄 낭만주의자도 세상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 순간에 이 책이 당신께 닿기를 소망합니다. 소소한 일상 속에 공기처럼 녹아있던 우리의 사랑이, 당신의 세상에서 끝내 마르지 않는 파도가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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