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이종숙 저자 후기
이종숙 | 2026-09-16 | 조회 83
1. 《실리콘》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몇 년 동안 발표했던 작품들을 모아 한 권의 소설집으로 만들었습니다. 늘 그렇듯 마지막 수정고를 넘기면 시원함은 며칠에 불과하지요. 내 책이 독자들에게 얼마나 가까이 갈 수 있을까 생각하다 어두운 새벽, 거실을 서성인 적도 있고요, 몇 분쯤 그러다 계속 잠이 오지 않아 김승옥의 ‘무진기행’을 읽기도 했습니다. 가끔 이런 증상이 나타나긴 해요. 이번 책은 좀 냉정한 마음으로 출간했습니다. 출간 경험이 쌓이면서 출간 이후에 다가올 일, 혹은 내 마음의 자리를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정성껏 또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으니, 수일 내로 망설이던 영덕 바다로 떠날 겁니다.
2. 《실리콘》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작가는 글을 쓸 때만 작가라고 했습니다. 등단 이후 장·단편을 꾸준히 썼는데, 코로나 팬데믹 때 조금 더 작업에 매달리려 애썼습니다. 나름대로 불안을 잠재우려는 시도였지요. 스토리텔링 강의에서 만난 분들이 “새 책은 언제 나와요?”라고 물어 주신 것이 저에게는 가장 큰 격려였습니다. 아, 내가 작가였지. 작가로서 정체성을 지키는 가장 완벽한 길은 쓰는 일이지. 한때 이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교실에서 자원봉사를 한 적이 있는데요, 그때 만났던 사람들,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태국, 방글라데시, 필리핀, 중국, 캄보디아… 그분들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들의 현실을 보고, 듣고, 이야기 나누면서 디아스포라의 삶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가까운 친인척들이 다른 대륙으로 나가 살고 있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머릿속에 맴돌던 말들이 제가 생각하지 않았던 엉뚱한 표현이 되어 모니터에 뜰 때가 있습니다. 내가 생각했던 말은 이게 아닌데, 뭐였더라, 뭐였더라 머리털을 쥐어뜯습니다. 사물의 이름을 완전히 잊었던 경우도 있었어요. 여행 이야기를 쓰는데, 짐을 넣는 가방을 무수히 떠올려 봐도 배낭, 숄더 백, 크로스 백… ‘캐리어’였습니다. 그 말이 어쩜 그렇게 생각나지 않을 수가 있을까요. 별수 없이 다른 작가에게 전화를 걸었지요. 또 한번은 ‘아보카도’와 ‘디아스포라’가 생각나지 않아 인터넷 검색에만 30여 분을 쓴 적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즐거운 경험일까요, 힘든 경험일까요? 그냥 돌아버린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4413377172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