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한 사람의 생명이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응급실의 야전병원,
그곳에서 마주한 가장 날것의 생명과 장자(莊子)의 처방전.
현대 의학은 숫자의 학문입니다. 혈압, 맥박, 체온, 그리고 수없이 쏟아지는 검사 수치라는 차가운 데이터 속에서 의사들은 답을 찾습니다.
하지만, 고도로 분업화되고 세분화된 의료 시스템은 때로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게 만들며,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는 진실을 가려버리기도 합니다.
칠곡경북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인 저자는 매일 밤 피와 오물, 그리고 절박한 비명이 교차하는 응급실 한가운데서 삶과 죽음의 문지기로 살아가는 24년 차 베테랑 전문의입니다. 저자는 환자가 응급실 문을 들어서는 순간, 사회적 지위나 성공이라는 껍데기는 허망하게 벗겨지고 오직 벌거벗은 존엄한 생명만이 남는다고 말합니다. 빈민가의 성녀 마더 테레사가 나병 환자에게서 신(神)을 보았듯, 저자 역시 가장 낮고 아픈 곳으로 내몰린 환자들의 고통 속에서 역설적으로 순수한 ‘신성(神性)’을 발견해 나갑니다.
이 책은 단순히 질병만을 치료하는 기술자의 의료 기록이 아닙니다. 저자는 학창 시절 능력의 한계에 부딪혀 좌절하고 울며 길을 걷던 자신의 ‘못난 시절’을 고백합니다. 그리고 세상에서 지워질 것만 같았던 처절한 아픔 속에서 자신을 구원해 준 고전 철학 ‘장자(莊子)’의 지혜를 의학적 경험 위에 덧입힙니다.
질병 코드라는 ‘작은 지혜(小知)’에 매몰되어 사람의 삶이라는 ‘큰 지혜(大知)’를 놓치는 현대 의학의 맹점을 꼬집고, “쓸모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너무 애쓰지 말라”며 무용(無用)의 쓰임을 역설하는 장자의 메시지를 통해 독자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봄에 피는 꽃도 있고, 겨울에 피는 꽃도 있다.”
속도와 효율의 세상에 치여 상처받은 이들을 위한 영혼의 베이스캠프.
저자는 “지금 당신의 꽃이 피지 않았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고 나직이 이야기합니다. 방황하고 흔들리는 지금 이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겨울을 견디는 나무가 뿌리를 더 깊고 단단하게 내리듯 우리 역시 나만의 계절을 준비하는 중이라는 것입니다.
의학 데이터의 감옥에 갇혀 목숨을 잃을 뻔했던 환자의 숨겨진 사연부터 멈춘 심장을 포기하지 않고 한 인간의 우주를 다시 팽창시킨 순간까지, 생생한 응급실의 에피소드들은 깊은 감동을 선사합니다.
이와 더불어 각 장의 끝에 수록된 <건강 톡톡> 코너는 현대인들이 맹신하기 쉬운 다이어트 약물이나 칵테일 주사의 부작용 등을 날카롭게 짚어내며 실용적인 의학적 조언까지 놓치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말하는 ‘쓸모(有用)’의 기준에 치여 상처받고 방황하는 이들, 혹은 인생의 겨울목을 지나며 낙담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은 무너져가는 우주를 온 힘으로 떠받치는 파수꾼의 손길처럼 든든하고 따뜻한 인생의 처방전이 되어줄 것입니다.
어떤 풍파 속에서도 나 자신을 잃지 않는 단단한 마음을, 이 책을 통해 만나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