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속에 물들지 않은 맑은 눈으로 건네는 생의 찬가
― 신규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물빛깔동화》를 펴내며
우리는 흔히 나이가 들수록 세상의 때가 묻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순수함을 잃어간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기, 은퇴 이후의 나이에 여백 속에서 오히려 더 투명하고 맑은 영혼의 언어를 건져 올린 이가 있다. 1인 출판사 ‘나도작가북스’를 통해 세상에 내놓는 신규식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물빛깔동화》는 바로 그 순수와 연륜이 만나는 지점에서 피어난 아름다운 시편들의 기록이다.
시인은 첫 시집 《F#(파샵)》을 아쉬움 속에 떠나보낸 후, 두 번째 시집만큼은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 한 편 한 편 수십 번의 퇴고를 거듭했다고 고백한다. 그 치열한 고뇌의 흔적은 시집 전반에 가감 없이 드러난다. 살아온 날들에 대한 회오, 세태를 향한 날카롭지만 따뜻한 눈길, 그리고 인간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정갈한 언어 속에 녹아 있다.
이 시집의 제목인 《물빛깔동화》가 품은 의미는 깊고도 선명하다. 그것은 무색무취한 물처럼 맑은 눈과 생각으로 세상의 이면을 가식 없이 바라보겠다는 다짐이자, 세속에 찌든 때를 벗어던지고 아이 같은 눈으로 삶을 마주하겠다는 시인의 순수한 선언이다. 난해한 기교나 수사로 가득 찬 현대시의 벽을 허물고, 해학과 풍자를 곁들여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쓴 점 또한 이 시집이 지닌 큰 덕목이자 매력이다.
시편들은 우리의 일상을 다채롭게 어루만진다. 1부 ‘종설’에서는 삶의 이면을 관조하는 묵직한 성찰을, 2부 ‘물빛깔동화’와 3부 ‘나무보다 큰 풀꽃’에서는 자연과 소외된 이웃, 그리고 초라해 보이지만 찬란한 내면의 풍경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해 낸다. 이어진 4부 ‘병 속의 편지처럼’에서는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든 이가 세상과 첫사랑,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향해 띄우는 진솔한 고백이 잔잔한 파동을 일으킨다.
시인은 에필로그에서 “사람이 사는데 뭐 대단한 게 있습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거 하고 사는 게 가장 행복한 삶이지 싶습니다”라고 말한다. 은퇴 이후 등산이나 낚시로 시간을 보내기보다, 비어 있는 시간에 시를 쓰며 삶의 행복을 찾아낸 그의 도전은 그 자체로 지친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물빛깔동화》는 거창한 문학의 산을 오르는 대단한 서사이기보다는, 거친 세상 속에서 우리 마음의 온도를 한 뼘 더 높여주는 다정한 온돌방 같은 책이다. 맑은 물빛에 마음을 씻어내듯, 이 시집을 펼치는 모든 독자들의 일상에 소박하지만 깊은 위로와 싱그러운 동화 같은 미소가 피어나기를 기대한다.
― 나도작가북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