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은 교육부가 만드는 정책인가.
교육의 문제는 교육 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가.
좋은 정책은 왜 좋은 법과 제도를 필요로 하는가.
『새로 쓰는 교육정책과 교육법』은 우리가 너무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교육정책의 전제부터 다시 묻는 책이다.
그동안 교육정책은 주로 교육부와 교육청의 정책으로 이해되어 왔다. 교육과정, 입시, 교원, 대학, 직업교육, 평생교육과 같은 개별 영역을 중심으로 정책을 설명하고, 정책의 형성·집행·평가를 분석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교육법 역시 학교와 대학, 교원과 학생을 규율하는 법체계로 다루어져 왔다.
그러나 이 책은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저자는 교육정책을 더 이상 하나의 부처가 담당하는 행정영역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학생의 교육은 노동시장과 연결되고, 직업교육은 산업정책과 연결되며, 평생학습은 고용과 복지, 문화와 연결된다. 지역대학의 문제는 지역산업과 일자리, 주거와 의료, 문화의 문제와 분리될 수 없다. 저출생과 고령화, 인공지능의 확산 역시 교육체제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부 조직은 부처별로 나뉘어 있지만 국민의 삶은 나뉘어 있지 않다.
바로 이 점에서 저자는 교육정책을 교육부의 정책이 아니라 국가정책으로 다시 정의한다. 교육정책은 개별 사업의 집합이 아니라 헌법과 법률, 국회와 행정부, 중앙과 지방,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 학교와 대학, 시민사회와 산업계, 그리고 국제사회가 서로 연결되어 작동하는 하나의 Policy System이라는 것이다.
이 책을 관통하는 핵심 개념 가운데 하나인 One Government도 여기에서 출발한다. 부처를 없애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각 부처가 자신의 소관과 사업을 지키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국민의 삶과 사회문제를 중심으로 정부 전체가 하나의 정책체계로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교육정책은 교육부가 얼마나 많은 사업을 하느냐가 아니라 국가 전체의 정책이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이 책의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의식은 정책과 법의 관계이다.
정책학은 흔히 무엇을 할 것인가를 묻고, 법학은 이미 만들어진 법을 해석한다. 그러나 실제 국가의 정책은 이 두 영역을 분리해서 만들 수 없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려면 누가 그 일을 할 권한을 가지는지, 국민에게 어떤 권리와 의무가 발생하는지, 중앙과 지방은 어떤 책임을 나누는지, 어떤 절차와 통제가 필요한지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저자는 이 지점에서 정책법학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정책법학은 법률 조문을 해석하는 데 머무르지 않는다. 사회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어떤 정책수단을 선택할 것인지, 그 일을 어느 기관에 맡길 것인지, 어떤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것인지,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정책과 법을 함께 놓고 설계하는 학문이다. 정책이 법과 제도가 되는 과정, 그리고 법과 제도가 다시 정책의 가능성과 한계를 결정하는 과정을 통합적으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교육법 역시 다시 쓰여야 한다.
기존의 교육법이 학교와 교원을 관리하고 교육제도를 유지하는 데 중심을 두었다면, 새로운 교육법은 사람의 생애 전체를 보아야 한다. 학교에 다닐 권리를 넘어 학습할 권리를 보장하고, 직업세계에 진입한 이후에도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보장하며, 고령사회와 AI 시대에 필요한 새로운 학습과 역량 개발의 권리를 생각해야 한다.
이 책은 그래서 교육받을 권리에서 학습권, 그리고 더 나아가 경력권이라는 새로운 문제의식까지 확장한다.
책의 범위는 매우 넓다. 삼권분립과 교육정책, 지방자치와 교육자치, 시민사회와 정책네트워크, 국제기구와 국제규범을 다룬 뒤, 정책과 법의 관계, 정책법학과 새로운 교육법학을 본격적으로 논의한다. 이어 교육정책을 노동시장, 산업정책, 연구개발, 지역혁신, 문화·예술·체육, 보건·복지, 가족과 고령사회, 국가재정과 경제정책에 연결한다.
그리고 후반부에서는 우리 교육의 대표적인 난제들을 다시 묻는다.
왜 사교육은 줄어들지 않는가.
왜 대학입시는 모든 교육정책을 빨아들이는가.
왜 평생학습은 학교교육을 넘어서지 못하는가.
왜 교육격차는 반복되는가.
저출생은 교육체제를 어떻게 바꾸는가.
AI는 교육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저자는 이러한 질문에 교육 내부의 처방만을 제시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교육 문제가 교육 밖의 사회구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강조한다. 입시경쟁은 입시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시장과 사회적 보상구조의 문제이고, 지역대학의 위기는 대학정책만의 문제가 아니라 산업·일자리·주거·문화·의료의 문제이며, 직업교육의 한계 역시 학교의 교육과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마지막에 가장 근본적인 명제를 제시한다.
교육을 바꾸려면 사회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
교육개혁과 사회개혁은 분리될 수 없다. 좋은 교육을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노동시장과 산업구조, 좋은 지역사회와 복지체계, 그리고 사람의 가치를 학력과 직업의 서열만으로 평가하지 않는 새로운 사회적 질서가 함께 필요하다.
『새로 쓰는 교육정책과 교육법』은 전통적인 의미의 교육정책학 교과서도, 교육법학 교과서도 아니다. 기존 이론을 정리하는 데 목적을 둔 책이 아니라, 교육정책이라는 학문과 실천의 경계를 다시 그으려는 책이다.
교육정책을 교육부의 정책에서 국가정책으로,
정책과 법의 분리에서 정책과 법의 통합으로,
학교 중심의 교육법에서 생애학습과 학습권 중심의 교육법으로,
부처별 분절행정에서 One Government로,
그리고 교육개혁에서 사회의 대개조로.
오랜 정책 현장 경험과 학문적 성찰을 바탕으로 저자는 독자에게 익숙한 답을 제시하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지금까지 교육정책을 너무 좁게 보아 온 것은 아닌가.
이 책은 교육정책을 공부하는 학생과 연구자뿐 아니라,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 교육청과 학교의 정책 담당자, 교육법과 교육행정을 연구하는 사람, 그리고 한국 교육의 구조적 문제를 고민하는 독자 모두에게 교육을 다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