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줄어드는데, 아이를 위한 공간은 왜 여전히 부족한가
합계출생률 0.7의 나라. 학교의 교실은 하나둘 비어가는데, 정작 그 학교가 선 마을에는 아이가 마음 놓고 머물 공간이 없다. 한쪽에서는 공간이 남고 다른 쪽에서는 공간이 모자라는 이 기이한 어긋남 앞에서, 우리는 오래 머뭇거려 왔다. 오후 네 시면 불이 꺼지는 학교, 갈 곳을 잃고 학원과 편의점 사이를 떠도는 아이들의 오후. 이 책은 바로 그 어긋남에 대한 하나의 대답에서 출발한다.
‘유휴공간 활용’이 아니라 ‘함께 여는 공간’으로
정부는 2027년까지 전국에 200개의 학교복합시설을 짓겠다고 약속했다. 체육관과 수영장, 도서관과 돌봄·문화공간을 학교 안에 들여 그 문을 마을을 향해 여는 사업이다. 그러나 저자는 단호하게 말한다. 좋은 건물이 곧 좋은 교육공간을 보장하지는 않는다고. 콘크리트를 올리는 일과 아이가 자라나는 공간을 짓는 일은 전혀 다른 일이라고. 『함께 짓는 학교 함께 자라는 마을』은 학교복합시설을 화려한 ‘건물’이 아니라 ‘함께’라는 관점에서 조명하는 책이다. 이 시설의 진짜 가치는 최신 설비가 아니라, 아이의 꿈과 적성을 함께 고민하는 어른들의 마음, 그리고 그 마음이 공간과 프로그램으로 이어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다섯 개의 질문을 따라 흐르는 한 권의 안내서
책은 다섯 개의 질문을 따라 차근차근 흐른다. 왜 지금 이 공간이 필요한가(저출생·지역소멸이라는 시대의 물음), 무엇을 위한 공간인가(아이의 성장과 실패해도 괜찮은 여백), 누가 함께 만드는가(교사·학부모·학생·기관·건축가, 다섯 개의 시선과 갈등의 테이블), 어떻게 연결할 것인가(학교를 중심으로 마을 전체를 잇는 교육 네트워크와 세대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가(첫 협의의 테이블을 차리는 법에서 도면이 공간이 되기까지). 저출생 통계와 정책·제도의 뼈대부터 시흥·함양의 국내 사례와 일본·미국의 경험, 실무 협의의 질문지까지, 거대한 담론과 현장의 손끝을 함께 아우른다.
정책 담당자부터 학부모까지, 모두를 위한 이야기
이 책의 미덕은 학교복합시설을 준비하는 교육청·지자체 담당자와 교사, 건축 전문가에게는 시행착오를 줄이는 실용적 길잡이가 되고, 학부모와 지역 주민에게는 우리 아이의 오후와 마을의 내일을 함께 상상하게 하는 초대장이 된다는 데 있다. 학교복합시설을 주제로 석사·박사 학위를 받고 오랜 시간 이 공간을 연구하고 설계해 온 저자는, 도면을 그리는 자리와 그 도면이 삶이 되는 자리를 모두 겪어온 사람으로서 이 이야기를 건넨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이 오래된 말은 이제 격언이 아니라 설계도가 되었고, 그 설계도의 이름이 학교복합시설이다. 그러나 어떤 설계도도 저 혼자 건물이 되지는 못한다. 도면을 삶으로 바꾸는 것은 언제나 거기 손을 보태는 사람들이다. 『함께 짓는 학교 함께 자라는 마을』은 그 오래된 말이 어떻게 하나의 공간이 되는가에 관한 기록이자, 아이들을 위한 공간을 이제 어른들이 함께 만들자는 조심스러운 초대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