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International Air Transport Association)에서 정하는 투발루 푸나푸티 국제공항의 세 자리 공항코드는 FUN이다. 인천 국제공항이 ICN, 김포공항이 GMP, 제주공항이 CJU인 것처럼 말이다. FUN, 말 그대로 Fun(재미있는)이다. 비행기 창 밖을 보며 이번 투발루 여행이 얼마나 재미있는 여행이 될지 기대해 본다.
- 본문 54쪽 중에서
수평선 가까이 도달한 태양 빛은 여러 겹의 구름을 뚫고 다양한 색채를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내일은 다시 안 뜰 태양이라 마지막을 불태우듯이 투발루의 저녁 하늘을 붉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짙은 붉은색에서 연한 주황색까지 이어지는 그러데이션이 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다. 그리고 나를 힘들게 했던 맑은 하늘 덕분에 수평선 저편으로 사라지는 태양의 모습이 아주 또렷하게 보였다.
- 본문 102쪽 중에서
“신선놀음에 도낏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말처럼, 남태평양 풍광에 얼굴이 타는 줄도 모르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이 순간에는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내 인생에 언제 여기를 다시 와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아니, 다시 오더라도 해수면 상승으로 내가 앉았던 곳은 수면 아래에 있을 것이다. 언젠간 바닷물에 잠겨 사라질 땅을 뒤로한 채 나는 다시 숙소로 발길을 돌렸다.
- 본문 137쪽 중에서
매년 11월부터 다음 해 2월까지는 조수간만의 차이로 발생하는 파도인 ‘킹 타이드(King Tide)’의 피해가 크다. 이 시기는 해수면의 높이가 3m 이상 상승하여 높은 파도가 해안가를 넘어 집안까지 바닷물이 들어오기도 한다. 평균 해발고도가 2m밖에 되지 않는 나라에서 3m 높이의 킹 타이드는 위협을 넘어 생사의 문제다.
- 본문 140쪽 중에서
투발루는 지리적 및 지형적 특성상 기후변화의 피해를 피할 수 없는 처지다. 투발루의 다른 섬에서 기후변화의 피해를 피해 기후난민이 되어 푸나푸티로 이주해 올 수는 있으나, 피해 속도를 잠깐 늦췄을 뿐 푸나푸티의 미래도 이미 예정되어 있다. 기후변화에 영향을 아주 적게 준 나라임에도 이들은 기후변화의 영향을 오롯이 받고 있다.
- 본문 143쪽 중에서
누군들 풍족하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 이들은 물질적으로 풍족하지는 않지만, 자신들에게 주어진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고 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나 심리적으로 결핍을 느끼는 사람과, 물질적으로 풍족하지 않으나 심리적으로 충만한 사람이 있다면, 후자가 더 나은 삶이 아닐까? 물질적 풍요가 행복을 보장하는 충분조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 본문 175쪽 중에서
투발루 아이들이 환초 안의 바다에서 신나게 물놀이를 한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너무 유쾌하다. 그냥 보기만 해도 즐겁나 보다. 작은 소리에도 “꺄르륵” 웃는 유아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둑에 올라가 다이빙도 하고, 서로 수영 시합도 하면서 아무런 걱정 없이 물놀이에 집중한다. 학원도 없고, 인터넷 강의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는 투발루에서 자연은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놀이터다.
- 본문 202쪽 중에서
석호는 투발루 아이들에게 이 세상에서 가장 넓은 수영장이자 가장 자연스러운 놀이터다. 어떠한 인공적인 수영장이 남태평양의 천연 바다 수영장보다 클 수 있겠는가? 자연이 투발루 아이들에게 준 거대한 선물인 듯했다. 이 풍광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시간이 지나면 결국에는 이 바다가 투발루 아이들이 나고 자란 고향을 삼킬 것이다. 아이들의 수영장이 더욱 넓어지는 만큼, 아이들의 고향은 더욱 좁아지는 것이다.
- 본문 205쪽 중에서
내가 투발루에 있는 동안 내 머리를 떠나지 않은 고민이 있었다. 지구온난화로 날이 갈수록 더욱 더워지고, 해수면 상승으로 섬이 침수 피해를 받는 상황에서 “왜 주민들은 이렇게 태평한가?”라는 질문이다. 호텔에서 만난 국제기구에 속한 외국 사람들도 투발루에 대한 걱정뿐인데, “왜 주민들은 이렇게 태평한가?”라는 질문이다. 투발루 공공기관 담당자를 만났을 때 그는 투발루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는데, “왜 주민들은 이렇게 태평한가?”라는 질문이다.
- 본문 244~245쪽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사라지는 섬, 그러나 살아 숨 쉬는 섬
남태평양의 외딴섬 투발루, 기후위기 속 인간의 삶을 보다.
투발루는 ‘해수면 상승으로 사라질 섬’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이면에 숨겨진, 작지만 생동하는 사람들의 삶에 주목합니다.
직장인의 일상에서 벗어나 자유를 찾아 떠난 저자의 여정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닙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현실을 마주하며, 우리가 놓치고 있는 진짜 투발루를 전합니다.
이 책은 낯설고 먼 나라를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투발루 주민들의 일상, 기후환경, 문화와 신앙, 삶의 태도를 깊이 있게 조명하며, 투발루를 ‘사라져가는 미지의 섬’이 아닌, ‘존재하는 생의 공간’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듭니다.
4000년에 걸친 항해의 역사
투발루는 어디에서 왔는가?
투발루는 단순히 섬이 아닙니다. 수천 년에 걸친 폴리네시아인의 항해와 정착의 흔적이 담긴 공간입니다.
저자는 투발루의 기원을 찾기 위해 고대 항해술, 언어, 유전적 계보, 신화적 전승까지 짚어가며,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의 세계가 실제로 존재했음을 보여줍니다.
환초, 문신, 타부(Taboo) 등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문화 요소들이 투발루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겨줍니다. 한낱 작은 섬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한 축을 형성해 온 지역으로서 투발루의 위상을 되짚어 보게 됩니다.
적도의 열기 속, 사람이 산다
평균기온 31℃, 체감 48℃, 그러나 삶은 계속된다.
투발루의 열대우림기후는 사람이 살기 쉬운 곳은 아닙니다. 그러나 열대우림기후의 혹독한 환경 속에서도 사람들은 웃고, 일하고, 노래하고, 춤춥니다.
투발루에서의 일상은 땀과 습기 속에서도 유쾌하고 따뜻합니다. 물리적 조건의 불편함보다 ‘사람’과 ‘삶’의 진정성이 더 깊게 다가오는 곳, 그곳이 바로 투발루입니다.
저자는 높은 습도와 강렬한 태양, 제한된 자원 속에서도 살아가는 이들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기록합니다. 불편하지만 불행하지 않은, 낯설지만 놀랍도록 인간적인 삶이 펼쳐집니다.
한 사람의 철저한 준비, 그리고 한 권의 책
드론, 수영, 오토바이… 그 모든 준비는 기록을 위한 것이었다
저자의 투발루 방문은 즉흥적인 여행이 아닙니다. 현지에서의 기록을 위해 수영을 다시 배우고, 오토바이 운전을 익히며, 드론 촬영까지 연습합니다.
철저한 사전 준비는 단순한 경험 이상의 의미를 담기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이 책은 ‘한번 가보고 싶었던 나라’를 넘어, ‘후대에 기록으로 남겨야 할 현실’을 담은 여정입니다. 어쩌면 사라질지도 모를 섬, 그곳의 오늘을 후대에 남기기 위해 정성껏 꿰어낸 이야기입니다.
연결될 수 없는 섬, 연결되기를 바라는 이야기
하나의 나라지만 각 섬 간 이동도 쉽지 않은 현실
투발루는 9개의 섬으로 이루어졌지만, 섬 간의 이동은 쉽지 않습니다. 대다수 섬은 한 달에 한 번 운항하는 배로만 연결되고, 기후 여건에 따라 이동이 제한되기도 합니다.
저자가 방문한 푸나푸티 환초는 투발루의 중심지이자 유일한 공항이 있는 섬입니다. 그러나 나머지 섬들은 여전히 낯선 미지로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저자는 푸나푸티를 통해 투발루 전체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연결이 어렵기에 더 소중한 이야기, 접근이 힘들기에 더욱 절실한 기록이 책 속에 담겨 있습니다.
기후위기의 최전선,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기후피해를 넘은 존재의 기록
투발루는 기후변화의 상징처럼 여겨지지만, 그곳에는 ‘삶’이 있습니다. 오히려 투발루 주민들은 ‘기후위기의 희생자’라는 수식어를 넘어 자신만의 문화와 리듬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자는 기후위기를 언급하면서도, 투발루 사람들을 ‘피해자’로만 보지 않습니다. 그들은 자기 삶을 살아가는 주체이자,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우리는 투발루를 불쌍한 섬으로 기억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은 그들의 존재를 제대로 ‘보다’, ‘알다’, 그리고 ‘사랑하게’ 만드는 기록입니다.
투발루,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
기후위기를 넘어 인간의 이야기를 담다
《사라져 가는 미지의 섬, 투발루》는 단순한 기행문도, 학술 보고서도 아닙니다. 이 책은 투발루라는 공간을 통해 지금 우리가 사는 세계를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에세이이자 다큐멘터리입니다.
‘사라진다’는 말 뒤에 숨은 존재를 조명하고, 우리에게 잊히지 말아야 할 이야기를 남깁니다.
기후위기의 실체를 체감하고, 인간의 삶이 가진 끈질긴 생명력을 경험하게 만드는 이 책은 독자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살아가는 세상은 안녕한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