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에 간 해설사》 정병철 저자 후기
정병철 | 2026-01-30 | 조회 183
1. 《서원에 간 해설사》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도서를 받아 들고 네 번째 도서가 탄생했다는 기쁨에 스스로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어떻게 하면 시민이나 독자에게 자랑스러운 국가유산을 소통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할까 하고 고민했는데, 매듭 하나를 풀었다는 생각입니다. 서원을 다니며 홀로 느꼈던 힐링과 즐거움을 《서원에 간 해설사》를 통해 독자와 함께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큽니다.
글을 쓸수록 더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스럽긴 합니다만, 독자에게 국가유산에 다가가고 감상하며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고민의 매듭을 풀기 위해 더욱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2. 《서원에 간 해설사》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직장을 다니면서 시작한 국가유산 해설사 활동이 10년째입니다. 한국 아홉 곳 서원이 세계유산에 등재되면서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졌습니다. 한옥을 공부하는 저자 역시 관심을 가지고 서원을 방문했지만, 안타까운 장면을 발견하였습니다. 세계인이 부러워하는 서원에 시간과 비용을 들여 방문하고는 겉만 휙 보고 맛집 찾아 빠져나가는 겁니다. 오히려 외국인은 감탄을 연발하며 구석구석을 감상하는데 말입니다. 아쉬운 마음에 가끔 일행을 붙들고 설명하면 흥미를 느끼고 고마워했습니다.
글을 쓰기로 다짐하였습니다. 기존 도서의 형식을 벗어나, 내가 해설사이니 현장에서 해설하듯 정리하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서원 입구에서 사당까지 동선을 따라가며 건물과 그곳에 베풀어진 문양을 감상하고, 숨어있는 이야기를 보고 들려주듯 글을 썼습니다. 서원 전체의 모습이나 접근하기 어려운 곳엔 드론을 띄워 확인하였습니다. 독자가 현장에서 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현장 사진도 가득 담았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서원에서 만나는 이들은 항상 반갑습니다. 병산서원에서 한 독일인 커플을 만났습니다. 한옥에 관심을 보이길래 짧은 영어로 설명하다가 이왕 안내하는 김에 만대루와 병산 그리로 붉디붉은 배롱나무를 설명해 주었습니다. 정말 잘 어울리는 공간이라 감탄하며 헤어졌습니다. 다음 날 아침 도산서원에 가기 전 아침 겸 커피가 생각나서 안동 시내 유명한 빵 가게에 들렀는데, 어제 만난 커플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무척 반가웠습니다. 커플은 부산으로 간다고 하여 아쉽게 작별했지만, 그들의 말이 기억에 생생합니다. “방문한 나라의 문화는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합니다. 어제 설명을 해주니 이제 가슴에 간직해야겠어요.” 짧은 만남과 허술한 설명에도 감사하는 이가 있으니, 책을 쓰는 이유가 충분할 듯합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표지 뒷면에 가져온 두 개 문단입니다. 하나는 만대루가 ‘서원 건축의 백미’라고 말하는데, 그냥 그 앞에 서면 단순함에 실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보가 보았던 맞은편 절벽을 병산의 절벽과 대응시키고 유비와 류성룡의 마음을 상상하면 그 아름다움이 몇 배로 다가옵니다.
다른 하나는 옥산서원을 폐쇄적 공간 또는 닫힌 공간이라고 말하는데, 그 이유를 설명하였습니다. 스님이 동안거에 들어갈 때 문을 걸어 잠그고 참선에 집중합니다. 외부의 영향을 차단하듯이. 옥산서원 주변은 아름다운 자연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무변루를 들어서면 고요한 공간에 들어온 느낌입니다. 병산서원처럼 열린 공간이면 자연에 취해 원생이 장수(藏修)에 집중할 수 있을까요?
서원은 기본적인 형식을 갖춥니다. 그 모습은 주변 자연이나 운영하는 사람들에 의해 얼마든지 변화하는 공간입니다. 서원을 방문하여 이런 내용을 감상할 수 있다면 이것이 힐링일 겁니다. 그래서 저자는 ‘이제 서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예만 강조하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가 방문하여 힐링하는 공간’이라 표현했습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저자는 ‘무거운 엉덩이로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라’고 말씀드립니다. 엉덩이도 무거운데 그 높은 거인의 어깨에 올라타기란 쉽지 않겠죠? 맞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과정을 즐긴 것 같습니다. 무거운 엉덩이는 끈질김이라 할까요? 매일 일정한 시간을 투자하고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는 엉덩이를 들썩이더라도 자리를 지켜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마음을 딴 곳에 두는 순간 엄청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갑니다. 그뿐 아니라 다시 그 궤도에 올라가기까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리 지킨다고 글이 잘 써질까요? 중단된 문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저자만의 머리로는 쉽게 한계를 느낍니다. 이때는 재빨리 거인을 찾아갑니다. 자료를 찾는 겁니다. 근처 도서관도 좋지만 서원처럼 특별한 글거리는 있는 곳이 따로 있겠죠? 저자는 주로 서울역사박물관 같은 박물관 자료실을 이용합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도서관에도 일반인 출입이 가능합니다. 논문도 추천합니다. 필암서원의 김인후 선생을 소개할 때 ‘그리움의 분노’란 표현을 사용하였습니다. 저자가 지은 표현이 아닙니다. 김경호 교수의 논문을 보고 찾았습니다. 앞서간 거인들의 글은 내 것으로 소화하고 다시 만들어 사용합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는 엉덩이를 무겁게 하고 두리번거리다가 주변에 거인이 있으면 재빨리 그의 어깨에 올라타십시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4165541615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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