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에어라인》 진노랑 저자 후기
진노랑 | 2025-10-27 | 조회 277
1. 《루나 에어라인》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제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많은 분들께 전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벅찹니다. 이번 작품을 써 내려가는 동안 제 개인적으로 여러 일들이 있었고, 그로 인해 때로는 감당하기 힘든 순간들을 마주하기도 하면서 ‘과연 이 위기를 지나 계획했던 일들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고 흔들렸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가 그려놓은 인물들에게 의지해 함께 에피소드를 꾸려나간 덕분에 그 시기를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독자분들 중에서도 버겁고 힘겨운 순간을 지나고 있는 분이 계신다면,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제게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처럼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잠시 마음을 내려놓으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2. 《루나 에어라인》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때 거기서 먹었던 핫도그 진짜 맛있었는데’, ‘오늘따라 오래전 할머니가 해주셨던 육개장 먹고 싶다’ 정신없던 하루 속에 싹튼 작은 여유에 문득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지 않으신가요? 《루나 에어라인》은 맛으로 특정 순간이나 특별한 인물을 떠올리는 것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유난히 지친 어느 날이나 괜스레 마음의 감성이 충만해지는 날, 위로와 격려를 담은 맛을 통해 한 번 더 용기를 얻었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추억이 깃든 맛은 존재할 것이라 느끼면서, 시린 현실을 따뜻하게 보듬어주는 순간들의 찰나를 이야기에 담아 간직하고 싶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집필이 한창이던 어느 날, 케이크 맛집으로 소문나 찾아간 카페에서 수제 생초콜릿을 판매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생초콜릿과 관련된 정훈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있었던 터라 맛을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케이크와 함께 초콜릿을 주문했습니다. 포장된 생초콜릿을 받아 들고 달콤함을 맛볼 생각에 들떠 플라스틱 돔형 뚜껑을 여는 순간, 빡빡하게 닫혀 있던 뚜껑이 날아가면서 그 안에 담긴 초콜릿 조각들이 쏟아져 순식간에 바닥으로 흩어졌습니다. 힘들게 지켜낸 초콜릿 몇 조각을 친구와 나눠 먹다 보니 소설 속 정훈처럼 초콜릿 한 알을 입안에 소중히 넣고 살살 굴리며 귀하게 맛보게 되었습니다. 상황은 정훈과 사뭇 달랐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그 안에 담긴 간절함을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여러 인상 깊은 장면들 중 윤서의 에피소드 속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는 알 테니까요.”라는 대사를 꼽고 싶습니다. 누군가 알아봐 주지 않는 상황일지라도 자신의 행동을 ‘나’만큼은 언제나 가장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기에 그저 묵묵히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겠다는 의미를 짤막한 문장에 담아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이 말은 꽤 오래전부터 제 가슴 깊이 새겨두고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을 때마다 혼자 되뇌던 구절입니다. 저의 경우 지금껏 꿈꾸거나 도전해 왔던 일들을 만족스러운 결과로 끝맺음하지 못했던 적이 더 많았는데, 그때마다 결과 앞에서 작아지고 때로는 첫 시작을 후회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득 수많은 선택과 도전이 모여 지금의 저를 만들었고, 그 모든 과정을 저 자신만큼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한 선택에 대한 책임과 결과 모두 나의 몫이듯, 걸어온 날들과 과정에 대한 배움 역시 나만의 것이라는 점을 깨닫고 나니 과거나 미래보다는 현재에 집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나온 길에 회의감이 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용기를 드리고 싶어 이야기에 녹여낸 메시지였지만, 어쩌면 그보다 저 자신에게 건네주고 싶을 말을 대신 표현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마냥 헛된 시간과 의미 없는 노력은 없다고,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나를 성장시키는 동력으로 내 안에 깃들어 있다가 언젠가 선물처럼 싹을 틔울 거라고요.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떠오르는 생각만 가득하고 하나의 문장으로 연결되지 않아서 힘든 날이면, 몇 번씩 비슷한 여러 문장을 일단 무조건 써 내려갔습니다. 그리고 문장의 배열을 이리저리 옮겨보기도 하고 단어나 조사를 바꿔보면서 전달하고자 하는 느낌을 살려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시도에도 답답함만 쌓일 때는 빈 종이에 메모를 채워가며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 차분히 생각을 정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키워드를 던지듯 단어들로만 빼곡해 낙서처럼 보이는 순간도 있었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 복잡한 속마음을 털어놓아 새벽 감성이 충만한 비밀 일기가 완성된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에 담긴 무언가를 글을 통해 끌어낸다는 것만으로도 생각을 정리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에, 막막한 순간에는 편안한 마음으로 떠다니는 생각을 기록으로 덜어내는 작업을 반복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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