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으로
울고 웃고
사랑하고 미워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며
스친 숨결로 너와 내가 하나인
그리움은
홀로일 수 있는 아픔
외로움은
홀로일 수 없는 고통.
함께할 수 없어 허전하나
인연 얽힌 삶에 홀로인 건 없어라
저 푸른 허공엔
슬픈 기미조차도 없구나!
-‘외로움은 홀로일 수 없는 고통’ 중에서
◆ 출판사 서평
“아우슈비츠 이후 시 짓기란 야만적”이라는 Adorno 아도르노의 말에 부끄러워하며 떠도는 넋을 위한 진혼곡을 헌정한 지도 15년이 흘렀다. 현대문화라는 AI 등 전자영상의 광속 소용돌이 수렁에 빠져 허우적대며 점점 희미해지는 혼의 영지를 지키려는 힘에 부치는 작은 노력들을 모았다. 언어, 빛깔, 느낌, 인상, 무늬, 뒤에 감춰진 은밀한 진실을 찾아보려 시도한 흔적을 담았다.
1부 ‘삶의 속살’에선 삶의 일상 속에서 점점 잃어가는 영혼의 빛, 고통 속에서 내면의 빛을 잃지 않으려는 선한 사람들의 참모습을 보고, 오만한 인간들은 시선조차 주지 않는 풀꽃의 의연함, 생의 아픈 흔적들이 생의 보물임을 깨닫는다.
2부 ‘여행은 순례가 되고’에선 우리는 여행을 통해 일상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체험을 얻는다. 옛날 소요학파들이 누렸던 기쁨, 다른 문화, 다른 자연 속에서 체험하며 누렸던 해방감과 새롭고 경이로운 체험은 영혼에 지혜와 자유로움을 가져오고 여행은 자유로운 영혼이 편견을 버리는 의식의 정화가 이루어지는 순례이다.
3부 ‘덧없음’은 찰나의 통찰을 빚어내는 일이 예술의 속살임을 보이며 아름다움의 숨겨진 모습을 통하여 다양한 형식으로 영혼을 승화하는 예술가들의 숨은 노력, 아름다워서 슬픈 모습을 보이고 있다.
4부 ‘하늘이 숨겨놓은 진실: 뉘앙스’는 인간이 만든 온갖 요란하고 치사찬란한 겉모습을 넘어 하늘이 숨겨놓은 은밀한 의미를 삶에서 찾아야 하는 진실, 자연의 순수하고 소박한 모습에서 경외와 위로를 발견하는 즐거움이 숨겨져 있다.
5부 ‘찬란한 고통’은 벗어날 수 없는 고통스러운 인간의 삶에서 위로를 받아야 하는 업보 속에서 의미를 찾아야 하는 노력이 우리가 가진 것의 전부이며 그 속에 삶의 진실이 숨겨져 있다. 인간이 만든 생각의 굴레에서 벗어나 삶 속에서 스스로 순수한 자신의 모습을 되찾는, 내적 구원을 향한 흔적이다.
6부 ‘영지 잃은 말’은 2006년 시집 “도시의 신들, 상형시대”에서 물신에 사로잡힌 도시인간의 모습을 우려했으나 현재 가속화하는 인공지능과 전자영상의 폭발적 확산은 개인으로는 맞설 수 없는 힘으로 사회를 지배하고 있어 영혼을 싣는 말은 진정성 없는 껍데기만 남아 인간을 위협하는 상업과 이념의 편리한 도구로 전락하여 영적 진실을 담을 수 없어, 성스러움을 훼손하며 타락한 말이 사회와 영혼을 병들게 하는 현실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인간 현실을 그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