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이각구 저자 인터뷰
| 2019-09-15 | 조회 1062
1. 《바람소리》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고뇌가 고뇌를 낳는 그 우울했던 공간에서
자학을 여태 견뎌준 글들이 책으로 묶인다니
내가 나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몸과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도움을 준
이용환 시인과 기꺼이 발문을 써 주신 조향순 선생님
그리고 제 주변 모든 분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2. 《바람소리》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조용한 밤이 되면 지나간 기억의 조각들과
내면의 어떤 화두가 만나서 웃거나 울거나
혹은 말없이 마주 앉은 불면의 밤이 어질러 놓은
행과 연이 무시된 알 수 없는 기록이 남았다.
아무렇게 너무 오래도록 쌓여 있는 나의 푸념들
쓰다듬지도 않고 뇌까린 그대로를 이제는 밖으로
내쫓는 마음으로 출판사에 보내야 하겠다고,
어느 날 문득---.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내면을 글로 변환시키는 지난 시간
글 완성도와는 관계없는
커피 담배를 얼마나 많이 마시고 태웠을까.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여기저기 토악질해놓은 글 같은데 애착은 무슨.
굳이 애착이 가는 한 편을 고른다면
길랭-바레 증후군(Guillain-Barre syndrome)으로
쓰러져 누웠을 때 겨우 움직이던 손가락으로 쓴
<홍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썩어간다는 건 때로 참혹한 희망이기도 해서
물러난 뼈마디 그대로
내 폐허의 벌판에도
나도 모르는 사이
풀씨들이 날아와 싹을 틔우고
더디게 자란다는 소사나무 한 그루가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이각구, 《바람소리》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글이 잘 써지지 않고 그럴 때는
억지로 글을 쓰지 않았으니까….
나의 방식은
혼자 조용히 산책하는 시간이 참 소중했다.
되도록 사람들의 왕래가 뜸한 들길(농로)이 제격이다.
천천히 걸으면서 사색하는 시간이 최고의 방안이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시집을 읽는 독자님들은 제각기
모양이 조금씩 다른 콘센트(concentric plug)를 가졌다.
여기 역설적 낙서와 같은 글을 읽고 공감을 하는 단 한 명의
독자(나와 비슷한 코드, Code)를 만난다면, 나는
아무 저항도 없이 잘 흐르는 전류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자기 내면과 맞지 않는 콘센트에 무조건 들이밀지 말고
아무 감흥을 받지 못한 코드(독자)가 있다면
책을 반드시 종이 재활용 통에 버려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죄송하다.
모두 연결하지 못하는 나의 모난 코드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