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익은 레몬》 임미정 저자 후기
임미정 | 2026-10-01 | 조회 19
1. 《설익은 레몬》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책을 낼 때마다 느끼는 감정이지만, 인쇄를 승인하고 나면 두려움과 설렘이 자주 교차합니다. 마치 옷을 벗고 맨몸으로 사람들 앞에 서는 느낌이랄까요. 더 이상 감출 수도, 고칠 수도 없으니까요. 한편으로는 저만 알고 있던 인물들이 독자를 만나 저와는 다른 방식으로 읽히고 기억될 수 있다는 것에 설레기도 하고 독자들이 어떻게 읽을지, 두렵기도 합니다. 어쩌면 출간은 저만의 이야기를 제 손에서 놓아주는 일에 더 가까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책은 제게 더욱 특별합니다. 얼마 전 사랑하는 어머니를 떠나보냈습니다. 살아 계실 때 완성된 책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라도 완성해서 드릴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비록 직접 받아보실 수는 없지만, 하늘에서 제 책을 보고 계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제게 《설익은 레몬》은 독자에게 건네는 안부이자 뒤늦게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이기도 합니다.
2. 《설익은 레몬》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언젠가 일곱 가지 색에 관한 이야기를 하나씩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색마다 우리가 살아가며 지나치는 시간과 감정을 담아보고 싶었고, 《설익은 레몬》은 그 가운데 ‘노랑’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노랑은 수술실에서 제 곁에 가장 오래 남아 있던 색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노랑을 떠올리면 밝고 환한 이미지보다 기다림과 불안, 머뭇거림 같은 감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살다 보면 가야 할지 멈춰야 할지, 붙잡아야 할지 놓아야 할지 알 수 없는 순간이 있습니다. 저는 빨강도 초록도 아닌 노랑처럼, 그런 경계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에게 마음이 갔습니다.
완전히 익지 않았다는 것은 아직 변화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설익은 레몬은 십니다. 다 익은 레몬 또한 십니다. 레몬처럼 우리도 저마다의 신맛을 지닌 채 익어가는 존재가 아닐까요. 흔들리면서도 조금씩 익어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설익은 레몬》에 담아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는 ‘하늘이 무너지는 슬픔’이 무엇인지 알았다면,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는 ‘숨조차 멎게 하는 슬픔’도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상실이라 해도 슬픔은 매번 다른 얼굴로 찾아온다는 것도 그때 처음 깨달았습니다.
글을 쓰다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도 있었고, 문장 하나를 오래 들여다보다 원고를 덮어버린 날도 많았습니다. 그 시간을 지나면서 소설 속 인물들을 바라보는 제 시선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쓰면서 가장 어려웠던 일은 인물을 쉽게 판단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행동은 분명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잘못된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소설 안에서만큼은 그 사람에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시간과 이유가 있다는 것을 놓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보다 ‘이 사람이 왜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을까’를 오래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제가 정해놓았던 방향과는 전혀 다른 길을 인물이 스스로 선택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이 글을 쓰는 즐거움이기도 했습니다. 작가가 만들어 놓은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인물이 자기만의 목소리를 갖고 스스로 걷기 시작할 때, 비로소 이야기가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4428030904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