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 박상서 저자 후기
박상서 | 2024-03-08 | 조회 606
1.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막연한 나만의 생각이 활자화되는 것을 지켜보는 것은 신기하기도 하지만 불안감도 컸습니다. 마치 자기만의 생각을 들킨 아이처럼 누가 보지 않아도 얼굴이 발개지고, 남 앞에 발가벗겨져 서 있는 것처럼 똑바로 내용을 바라보기 힘들 때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책을 읽을 때 가장 불편했던 것은 저자의 확신도 중요하지만 저자의 생각을 독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정말 내용에 집중하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책의 내용을 ‘내 생각이 옳다.’라는 어쭙잖은 일방적 주장보다는 현인들의 생각을 빌리고, ‘내 생각이 독자들에게 익숙할 수도 있지만 낯설 수도 있다.’라는 느낌을 주도록 하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2.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책의 머리말에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난 후에 머리와 마음속에 헝클어져 있는 생각과 감정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육체적, 정신적으로 균형이 무너지면서 이 무력감을 일으키는 정체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종이 위에다 떠오르는 단어를 적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점차 그 정체들이 무엇인지 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나 개인적이고 감정적인 내용이라서 사실 책에는 이러한 내용을 일부밖에 쓰지 못했습니다. 정신적 무력감을 얼마간 회복한 후에 세상사에 대한 생각들을 적어가던 중에 집 큰애가 결혼 날짜를 잡게 되었고, 결혼 선물로 책을 출판하게 되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저작(著作) 활동은 주로 새벽 시간을 이용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녁 식사 이후부터 잠들 때까지 뇌 활동의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타입이라서 나름 이성적 생각이 왕성한 새벽 시간을 이용하였습니다, 3~4시에 일어나 출근 전까지 오롯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주어져서 행복했고, 집중할 수 있어 감사했습니다. 온갖 유혹이 있는 저녁 시간을 반납하면 얻어지는 것이 분명 있는 것이 세상 이치인 것 같습니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책 내용 중에 ‘택도 없는 제안’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전부터 주위 사람들한테 얘기했던 것인데 우리나라 3대 난제인 교육문제, 주택문제, 출산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나름 주장하는 내용입니다.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빈부격차에 따른 교육 기회의 불평등과 수도권에 집중된 주택문제 그리고 초저출산율 등은 나라의 미래를 더욱 암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택도 없는 제안’이 될 수 있지만 생각을 조금만 바꾸면 얼마든지 가능한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좀 더 세부적인 내용을 가다듬고 국민들이 협조하면 유일한 일괄적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혼자 생각합니다.
5.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어떤 방식으로 해결하셨나요?
점과 점, 선과 선을 잇는 방식을 이용했습니다. 한 주제에서 더 이상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매달려서 끙끙거리기보다는 약간은 생뚱맞은 다른 단어를 떠올렸습니다. 그 단어를 중심으로 일단 글을 쓰다가 어느 순간 기존 글과 잇는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마치 새로운 물길을 기존 물길 옆에 하나 만들어 서로 잇는 것과 비슷합니다. 글의 내용은 오히려 다양해지고 풍부해졌습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잠을 제대로 자야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도 자연스러웠습니다. 그래서 모든 것이 안 통할 때는 일단 잠을 자고 그다음 날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6. 이 책을 접할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세요.
세상사 모든 일은 내 생각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일어납니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여기에 매몰되면 안 됩니다. ‘어떻게 저런 일이 일어날까?. 그런데 일어납니다. 선입견이나 편견은 생각의 범위를 한정시키고 나에게 조그마한 생각의 울타리만을 치게 합니다. 역사는 수천 년이고 세상은 넓디넓어 별의별 일들이 다 일어나는데 스스로 친 조그마한 울타리 안에서 혼자 힘들어할 뿐입니다. 모든 일은 그럴 수 있습니다. 선입견, 편견 그리고 짧은 식견에서 빠져나와 생각의 울타리를 넓히기 위해 부지런히 알아가면 됩니다. 남의 생각 커닝해도 상관없습니다.
7. 바른북스와 함께하면서 인상 깊었던 점 혹은 만족한 부분을 적어주세요.
전문가분들과 일을 한다는 것은 항상 기분이 좋습니다, ‘초보자인 내 생각을 잘 알아줄까?’ 하는 걱정이 사실 있었지만 초보자의 기우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실무진의 꼼꼼함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편집장님을 만나 얘기를 나누면서 책을 쓴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