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조선 <반짝이는 너에게>

관리자 | 2022-09-22 | 조회 246

 

가을의 초입에 만난 시집이다. 기자는 시인의 딸 해미 양의 결혼식에서 이 시집을 하객 선물로 받았다. 시집의 제목 《반짝이는 너에게》를 보는 순간 시인을 참 많이 닮았으나 정작 시인 자신은 모르고 사는 자신의 모습이 담긴 시집의 제목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 기자는 시인의 오랜 지인이다. 소설 창작 시간에는 동리 선생의 칭찬을 받고 시 창작 시간에는 미당 선생의 칭찬을 받던 시인을 참 부러워했던 오랜 친구다. 산문도 잘 쓰고 시도 잘 썼던 친구가 환갑에 낸 첫 시집이라니, 아직도 문학을 향한 열정이 가슴에서 타오르고 있었다니, 하루하루를 암과의 싸움으로 보내고 있는 그가 시 쓰기를 자신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어용 또는 공격용 무기로 쓰고 있었다니, 기자는 그저 숙연할 수밖에 없었다.
  
집에 돌아와 시집을 펼쳤다. 읽는 내내 나이 들었으므로 인해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어린아이의 순수와 그 느낌이 가져다주는 부끄러움 사이를 오갔다. 참 맑다. 참 맑아서 오래전 기억 속의 맑음이 아련함으로 가슴을 때린다. 사실 기자의 느낌은 중요하지 않다. 대신 시집에 있는 우영창 시인의 추천사에서 느낌의 일부를 빌리자면 이렇다.
 
〈여백이 많은 시, 물음표와 느낌표 그리고 말없음표가 읽는 내내 가슴 안에서 샘솟는 시, 저마다의 빛깔과 향기로 다채로운 시, 그리운 누군가에게 문득 편지를 쓰고 싶어지는 시….〉
 

 이성규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해 “별들에게 쓰고 바람 편에 부친 편지”라는 아름다운 해석을 붙였다.
  
기자는 이 지면에 이 시집의 시들 가운데 아무것도 인용하지 않았다. 시 한 편 한 편보다는 전체를 읽고 느끼는 것이 중요해 보이는 까닭이다. 그리고 다 읽은 후 시집을 덮었을 때 잃어버린 순수를 위해 눈물 한 방울 ‘똑’ 흘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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