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길은 산티아고로 이어진다》 이광희 저자 후기
이광희 | 2024-08-23 | 조회 507
1. 《그렇게 길은 산티아고로 이어진다》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살면서 책을 한번 쓰고 싶다는 막연한 희망과 기대를 늦게나마 실천하게 돼서 오래 밀린 숙제를 한 느낌이다. 또한, 나의 내밀한 생각과 날것 그대로의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것이 어색하고 걱정스러운 기분도 있지만, 만일 누군가의 삶에 작은 위로와 영감을 줄 수 있다면 그런 우려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을 것 같다. 책 쓰기를 마친 이 순간은 글쓰기 자체가 또 하나의 기나긴 과정으로서 마치 긴 여정을 다시 한번 마친듯한 기분이다.
2. 《그렇게 길은 산티아고로 이어진다》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37일간 까미노를 걷는 시간 속에서 마주한 생경한 내면의 목소리와 길 위에서 겪는 어려움과 외로움의 경험을, 그냥 기억 속에서만 방치하다가 시간이 가면서 희미한 추억으로만 남기기보다는, 사랑하는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정리된 글로 전하고 싶었다. 또한, 그동안 내가 살아오면서 느꼈지만 표현하지 못했던 삶의 소회를, 산티아고 순례길이라는 커다란 Story 속에서 표현하고 싶은 의도도 있었던 것 같다. 길에서 처음 마주친 많은 사람들의 진솔하고도 감동적인 이야기들도 작은 공감과 울림이 되었으면 한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즐거웠던 점은 책을 쓰면서 순례길의 소중한 기억과 경험을 다시 떠올리는 것이었다. 길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대화, 대자연의 광활한 풍경, 마음속의 다양한 감정들을 새롭게 반추하면서, 그 당시의 느낌을 메모와 사진, 기억 등으로 얼개를 맞추는 과정에서 까미노 길을 한 발 한 발 다시 걷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강렬한 메세타의 태양과 밤과 새벽의 별빛, 대평원의 초록과 블루를 생각하면서 다시 행복해질 수 있었다.
어려웠던 점은 당시의 다양한 느낌과 복잡한 감정을 글로 제대로 표현하는 데 한계가 많았을 때인 것 같다. 또한, 소중한 전체 여정 중에서 어떤 부분을 강조하고 어떤 부분을 생략할지도 어려웠고, 중요한 순간의 사진이 부족할 때나 없을 때가 매우 아쉬웠다.
4. 책 내용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애착이 가는 구절이 있나요?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너무 많이 있는데, 안개와 비바람 속에서 처음 마주친 피레네, 팜플로나를 지나 맞게 되는 칼레 대평원, 메세타의 작렬하는 태양과 황량한 들판, 부르고스, 레온의 고풍스러우면서도 낭만적인 도시 풍경, 폰세바돈과 철의 십자가, 오세브레이로 봉우리, 작은 소도시의 그림 같은 집들, 알베르게에서 처음 만난 사람들과의 진솔한 대화, 산티아고에 도착한 오브라도이로 광장과 대성당 등 수많은 장면들이 생각나나, 그중에서도 마지막 날 산티아고 대성당 미사 시간의 장엄함과 감동스러운 느낌은 잊지 못할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간다기보다는 전달하고 싶었던 구절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부분인 것 같다.
우리의 젊은 시절은 화려했지만 날카로웠고,
세월이 지나가는 지금은 밋밋하지만 모나지 않는다.
하지만 꿈틀거리는 영혼이 목말라하면
바로 그때가 움직일 때이다.
대지의 바람과 함께 홀연 길을 나서면
나는 어느새 자유를 느낄 것이다.
찾고자 하는 길은 길 위에 있고
그렇게 길은 길로서 계속 이어진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3558301943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