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무전여행자》 이강희 저자 후기
이강희 | 2024-06-10 | 조회 509
1. 《미성년 무전여행자》를 출간한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여행 시작부터 책 출간의 과정이었다고 생각하면 출간까지 6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네요. 살면서 이렇게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끝낸 경험이 있었는지 돌아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출간의 전반적인 과정은 ‘나 자신과 타협하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책 출간에 들인 시간과 에너지만큼 완성도 높은 책을 출간하고 싶다는 욕심도 커져갔고 그래서 원고 최종본을 제출하는 순간까지도 수정하고 싶은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욕심을 조금 내려놓기만 하면 책 출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저는 계속 수정의 과정을 반복하며 결국 이렇게 출간일이 늦어졌습니다. 이런 과정이 쌓이다 보니 제가 출간 과정을 나 자신과 타협하는 과정으로 느꼈던 것 같습니다.
아는 지인분께서 저에게 “그러면 스스로의 욕심을 내려놓을 수 있었던 계기가 무엇이냐?” 물은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제가 최근 읽었던 책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그 책에는 “아무리 유명한 작가와 화가여도 수천 점의 작품을 내놓은 끝에 한 점의 작품으로 성공한다. 아무리 완벽한 작품이라도 시장에 내놓으면 곧 그보다 뛰어난 작품들이 나온다. 그러니 완벽하지 않아도 공격적으로 완수하라. 그리고 세상에 내놓아라.”라는 내용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마치 저자가 저를 위해 써놓은 구절인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만약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저는 아직도 저와의 싸움을 계속해서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그래서 결국 출간 과정에 마침표를 찍은 지금, 저의 기분은 한편으로는 아직도 아쉽습니다. 아직 ‘완벽한 작품’에 대한 욕심은 완전히 내려놓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막상 끝내니 긴 여정을 끝냈다는 것에 속 시원한 마음이 더 큰 것 같습니다.
2. 《미성년 무전여행자》를 집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처음부터 저의 여행 이야기를 책으로 집필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제 책을 읽으실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성년 무전여행자》는 제가 열아홉일 당시 무전여행을 진행할 때 쓴 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 일기로 원래는 쓸 생각이 없었지만 처음 제가 여행을 간다고 할 때 저의 주변 지인들께서 미성년자 혼자 무전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니 걱정을 많이 하셨습니다. 한편으로는 이 아이가 어떻게 여행을 할지 궁금해하시는 분들도 계셨죠. 그래서 저는 지인들과 약속을 하나 했습니다. 저의 여행 과정을 매일 밤 제 SNS에 일기 형태로 공유해 드리겠다는 약속이었죠.
저는 그 뒤로 여행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여행 중 찍은 사진과 함께 저의 여행 진행 과정을 매일 공유했습니다. 3, 4일 차부터는 밤마다 올라오는 저의 여행 이야기를 기다리는 분들도 생겼습니다.
그렇게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일상으로 복귀한 저는 그 뒤 만나는 지인들로부터 다양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먼저 저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그 기간 동안 함께 여행하는 것처럼 설레었다는 소감과 한번 이 여행 스토리를 책으로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여러 명의 지인들로부터 받았습니다.
그 당시에는 책 집필은 대단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저는 그에 비하면 특별한 점이 없었기에 그냥 흘려들었었습니다. 그렇게 1년 정도 계속해서 지인들로부터 같은 제안을 여럿 받았지만 크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저에게 다른 피드백들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여행 이야기를 보고 미뤄놨던 도전을 시작했다고 말씀해 주신 분부터, 본인도 젊었을 때 무전여행을 해보고 싶었지만 이제는 나이가 들어 한이 되었었는데, 제 이야기를 보며 본인도 무전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고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야기를 들으며 점차 생각이 열려갔습니다.
그러다가 이 이야기를 정말 책으로 썼을 때 단 한 명에게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이것은 시도해 볼 만큼 가치 있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렇게 책으로 펴내게 되었습니다.
3. 책을 집필하면서 겪은 에피소드, 또는 즐거웠거나 어려웠던 점을 이야기해 주세요.
책을 집필하며 즐거웠던 점도 있지만 아무래도 첫 출간이다 보니 어려운 점이 더 많았던 것 같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점을 뽑는다면 역시 수정, 편집 과정이었는데요. 한편으로는 신기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저는 매번 원고 수정 단계에서 분명 최선을 다해서 글을 수정했었습니다. 하지만 담당자분께 원고를 넘기기 전 검토를 해보면 모든 문장에 손을 대고 싶을 정도로 원고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국 다시 처음부터 끝까지 몇 달간의 수정을 하고 ‘이번에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에 검토를 해보면 역시나 또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곤 했습니다. 마치 리셋을 한 것처럼 수정해야 할 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무리 해도 끝나지 않는 숙제 같은 기분이 출간 과정에서 저를 가장 어렵게 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글의 전반적인 흐름과 문장을 다듬어 주는 전문 업체에 원고를 맡겼으면 쉽게 해결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잘 포장된 그럴싸한 이야기가 아닌, 다소 부족하더라도 열아홉의 미성숙한 청소년의 느낌을 담은 이야기를 더 원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현장감에서도, 여러 상황 속 감정들과 메시지 전달에서도 더 효과적일 것이라 판단하였습니다. 하지만 청소년의 느낌이 퇴색되지 않게 글을 수정하는 것도 꽤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지금 보면 끝나지 않는 숙제의 굴레를 자처한 것 같습니다)
그렇게 바른북스 출판사와 처음 만나기 전 4번의 자체 수정과 출판사와 만난 뒤 5번의 수정을 더해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드디어 출간할 수 있었습니다. 이 많은 수정 과정에서 저는 앞서 말씀드린 리셋이 되는 경험을 계속 느꼈습니다. 첫 장을 수정할 때와 마지막 수정을 할 때 몇 달 동안 필력이 조금은 늘었던 걸까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한 경험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을 겪어보니 작가들이 원고를 왜 자식처럼 여기는지 공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전문은 https://blog.naver.com/barunbooks7/223474560574 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